2009년 08월 25일
여름날의 단상 잡스러운 이야기.
한가롭다. 아주 남의 일처럼 계속 한가롭다. 말씀과 기도와 찬양 없이도 나는 어느 정도의 평안함을 누린다. 언제까지 계속되는 평안함이 아니라도 나는 이 정도에서 만족한다. 그런데 이러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 이런 것들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안 된다고 어디서 배운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나도 어디에서부터 동의한 것처럼 내 생각엔 그럴 수 없는 일이지만, 그저 흘러가는 일상 속에 또 하나의 여겨지는 일로 남는다.
올바른 것. 그 의식을 가지고 깨어 지내는 것. 모든 일은 일어나지만 나는 그것을 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었다. 숨쉬는 것처럼 내 맘대로 되지 않을 줄은 몰랐다. 누가 그랬던가 누가 말했던가. 나는 어디에 무슨 생각을 내 것으로 가지고 있었는가. 오래된 옷 같이 남루하다. 바른 생각은 옳은 것은 유행도 시간도 타지 않고 거기 그대로 꿋꿋한 줄만 알았는데 나는 약지는 못할망정 미련스럽기만 하다. 기다리는 일인가. 바라보는 일인가. 오래오래 걸려 짠하고 나타나는 일인가. 혼자 있지 않지만 홀로 있다. 나는 흥미거리 없는 사람이다. 호기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린아이들 여고생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어떤 에너지가 있는 것일까.
5문단 글쓰기가 생각났다. 글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걸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났다. 정리와 정돈이 없는 내가 겹쳐 떠오른다. 고집이 세고 오만해서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누구라도 다가올 수 있는 둥지를 꿈꾸는 사람에 대해 쓰고 싶었다. 경향성과 분위기 집단의 올바른 힘과 방향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약한 것 뿐인 사람과 실패와 두려움으로 가득 찬 허망한 공상이 나를 덮는다.
나는 하나라도 완성하고 싶었다. 그 다음으로 건너가 다른 것부터 하는 것을 스스로 허락하지 못했다. 오늘의 과제는 5문단 글쓰기와 영어공부다. 데드라인도 잡아놓고 나는 이유 없는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길고 가는 흰 팔과 발목이 떠오른다. 연이어 탄탄하고 건강한 갈색 빛을 약간 띠는 또 다른 팔다리도 생각한다.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들이 이리저리 떠오른다.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있는 것을 써버리고 다시 채우며 낮과 밤. 해와 달처럼 순환되는 삶에서 에너지가 차고 소비되며 뿜어진다. 먹고 논다. 때굴멍 때굴멍. 누구의 일처럼 내 삶을 다루면 안 된다. 객관적이 될 수 없는 ‘나’를 왜 자꾸 멀리만 보는 지, 그때의 나는 숨어있는 것이다. 저녁 바람이 분다. 여름 저녁이라 선선한 바람은 아니지만 해가 힘을 잃고 저물어가며 아름답게 붉은 빛과 오렌지 빛 사이에 밝음을 비춘다. 저녁을 먹고 학원을 다녀오면 어둠이 온 땅을 덮고 있을 것이다. 기억하자. 순환하는 하루. 거기서 무엇이든 자라나고 무엇이든 소멸한다.
# by | 2009/08/25 02:09 | 트랙백


